▲ 중앙선관위가 유권자의 날을 기념해 연 마라톤 대회 홍보화면 캡쳐. |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행사에서 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영업에 이용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10일, 창설 50주년과 제2회 유권자의 날을 맞아 기념식과 각종행사를 개최했다. 12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정당과 시민단체 관계자, 시각장애인, 일반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해 ‘유권자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중앙선관위가 주최하고 서울시선관위가 주관한 이 마라톤 대회 운영은 한 전문대행사가 맡아 진행됐다.그런데 이 대회에 참가했던 한 여성 참가자인 A씨에게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13일, 마라톤 레이스를 벌이는 A씨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www.photoxxx.co.kr)에 올려놨으니, 필요하면 내려 받으란 업체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 업체가 말한 홈페이지를 보고 A씨는 아연실색했다. 자신을 모습이 정말 화면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돈벌이 수단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황당하고 불쾌했다”며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이렇게 소홀히 다루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이 사실을 중앙선관위 홍보국 관계자에게 항의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사진을 내리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의 사진이 여전히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로그인 없이도 언제든지 사이트만 들어가면 사진이 확인이 된다. |
실제 기자가 직접 업체에 사진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문의했더니, 장당 가격은 3500원, 4장 이상은 2500원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어떻게 A씨의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취재 결과, 이 업체는 대행사 하청업체로 사진에 찍힌 참가자의 번호표로 개인정보를 알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마라톤사무국은 인터넷을 통해 마라톤 참가자들로부터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 수집동의서’를 작성케 했다.
또 동의서에는 ‘수집된 개인정보는 차기 대회 안내 및 홍보를 위해 마라톤사무국에서 보유하며, 홍보 이외 어떤 곳에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럼에도 대행사는 수천 명의 개인정보를 영업에 이용했다. 이는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현행법은 이를 엄격히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와 제19조에 따르면,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돼 있고,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법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지만, 행사를 주관한 서울선관위는 할 건 다했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홍보과 관계자는 30일 전화통화에서 “민원으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해당 대행사는 동아마라톤과 대구국제마라톤 등 규모가 큰 대회를 운영했으며, 개인정보를 관행적으로 이용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업체가 조회할 수 없도록 조치했는데 뭘 더 어떻게 하느냐”며 오히려 반문하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행사 측에 법적 대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취재가 계속되자 전화 연결이 되지 않던 대행사 대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영업은 이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대행사들의 관행”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해당 사진업체는 지금까지도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의 사진을 영업하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 이인복 위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선관위는 국민전체의 봉사자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위원회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