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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설가의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

기사입력 2013.12.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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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칼럼리스트 김상국  경희대교수

      (산업경영공학과)

     독설가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충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가(家)라는 말이 뒤에 붙는 걸 보면, 그냥 욕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 우리에게 “그래. 그렇기도 해.”라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독설가로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라는 키 크고 못생긴 사람이 있었다. 어느 미모의 여배우가 “당신의 머리와 나의 미모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했을 때 주저 없이 “당신의 머리와 나의 얼굴을 닮으면 정말 큰일이지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비문에도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썼다고 하니 참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경제 분야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독설은 “자본주의를 영원히 망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국회를 부르주아로 가득히 채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국회를 부르주아로 가득 채운다.’라는 말은 『개혁입법』의 탄생이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입법을 통해 세상을 개선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국회를 상·하 양원으로 나눈 것은 바로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학적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금산분리 정책”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 말뜻을 쉽게 풀면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나쁜 물건을 만드는 기업은 그렇지 않아 결국 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어설프게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기업들이 자유스럽게 기업 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라는 말이다. 참으로 멋있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 말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대전제가 반드시 만족돼야 한다. 즉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려줄 때 오직 기업의 경쟁력만을 보고 자금을 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러한가? IMF 때의 대우와 이번 동양의 경우처럼 자기 모기업이 어려워지자 그룹 내 금융기관들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자신의 모기업에 융자했다.

     

     그러나 모기업이 망하자 수많은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을 받지 못하고, 결국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혁신의 씨앗 또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막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벤처기업이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었다고 하자. 제대로 된 경우라면 그 벤처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크게 공장을 짓고 번성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면 이런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첫째로 은행은 그 벤처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고 말려죽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그 특허를 사서 자기가 만들거나 또는 그 특허를 금고 속에 집어넣어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둘째는  더욱 지독하게 그 벤처기업에게 충분히 돈을 빌려주어 공장을 짓게 한다.그리고 그 공장이 잘 돌아가기 시작할 때쯤 갑자기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자금을 회수해 버린다. 그러면 그 기업은 꼼짝없이 부도를 맞게 되고, 그 공장은 헐값에 보이지 않은 공작을 한 바로 그 사람에게 팔려버리게 된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미국의 초기자본주의 역사에서 무수히 봐왔다. 그리고 세 번째 문제점은 시장에 맡기면 기업의 흥망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이 상품의 우열을 파악하고, 나쁜 물건을 만드는 기존기업을 퇴출시키기 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들은 그것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나쁜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서 돈을 회수해,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게 빌려줌으로써 기업의 진출입이 대단히 빠르게 되는 것이다.

     

     즉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지만 진실은 『은행에 의한 구조조정』인 것이다.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지배를 못하게 한다는 말이 없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이 있다. 외국에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는 상식 밖의 일이다. 그래서 언급조차 없는 것이다.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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